그 날도 초과근무를 하며 사무실에서의 시간을 버텨내는 중이었다. 그러던 중 합격 후 1년만에 사람이 바뀐 공시생 이라는 글을 봤다. 합격소식 후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기쁜 감정을 담아 남겼던 글과 1년이 지난 후 2년 넘게 공부하면서 너무나 바란 직업이었고 너무나 바란 꿈이었는데 이루어져서 너무나 행복했었는데 현실은 너무 달라서 인생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였다. 라고 남긴 온도 차가 확연한 글.일을 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난 내가 그동안 내내 하고있던 생각이었기 때문에, 저 씁쓸한 글에 아무 망설임 없이 공감을 했다.일을 시작하고, 내가 돈을 벌기 시작하면 모든 걱정, 고민이 사라질 것만 같았던 어린 나는 생각지도 못했던 혹독한 사회생활에 어른이 되어 가고 있다. 멋진 어른이 아니라 시시한 어른이. 그만두고 싶다고 많이 울고, 내 선택이 잘못된 거였을까 원망하며 울고, 그렇다고 다른 선택을 할 용기가 없어서 또 울고. 그렇게 현실에 타협해가고 내 입을 다물어가는 시시한 어른이. 이렇게 많은 울음을 내뱉어야 하는 것이 고작 시시한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니. 도서관 사서 가 되어 몇 안되는 좋은 점 중 한가지는 일이 힘들 때 사무실 밖으로 나가면 바로 책이 가득한 서가가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사서 가 아닌 이용자 가 된 것처럼 서가를 가만가만 걷다보면 그래도 좋아하는 공간에서 일할 수 있어 다행인건가. 싶어져 마음이 풀어진다. 《나와의 연락》이라는 이 책도 그렇게 가만가만, 서가를 걷다가 발견한 책이었다. 몇 년 전 읽었던 같은 작가의 다른 여행 에세이가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나 바로 꺼내 빌려왔다. (이 점도 도서관 사서 가 되어 좋은 점이다.)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친구한테 연락을 하며 말했다. 아, 출근하기 싫다. 출근하는 순간부터 나는 내가 아니다! 오늘도 잘 버텨내자! 이 말에 깊은 공감을 하며 출근하기 전부터 퇴근만을 바라며 우린 그렇게 또 하루를 견뎠다. 이렇게 하루의 대부분을 내가 아닌 채 로 살아가다보니 무엇을 해도 의미가 없었다. 나한테 좋은 옷을 사주는 것도, 맛있는 것을 먹으러 데려가주는 것도, 좋은 책을 읽게 해주고, 좋은 영화를 보게 해주고, 좋은 장소에 데려가 예쁜 것들을 보여주는 이러한 모든 일이 의미가 없어져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날들이었다. 이 시간을 견디느냐 못견디느냐의 차이야. 라는 말로 옆에서 내 딸은 견딜 수 있지? 하는 무언의 압박을 하는 부모님이 미우면서도 내가 괜히 엄살을 피우고 있는건가 의기소침해지는 날들.나와 동갑인 작가의 여행 에세이를 읽으며 신기하게도 나를 좋은 장소로 데려가주고 싶어졌다. 그랬다. 몇 년 전 읽었던 이 작가의 다른 에세이를 읽을때도 받았던 느낌이었다. 나 를 바라보게 되는 것, 나 를 중심으로 두고 싶어지는 것. 언제 어떤 나라에 있든, 어떤 장소에 있든 작가 자신을 중심에 두고 자기 자신의 마음 속 이야기를 충분히 들으며 써내려간 글을 읽다보면 그 모든 장소와 시간이 작가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 같아 신기하면서도 닮고 싶었다.책을 덮고 일을 시작하기 전 내 이야기를 많이 담아두었던 블로그의 글을 하나하나 천천히 읽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사소한 일들까지 정성스럽게 기록했던 사람이었구나, 나도 나를 중심에 둘 수 있었던 사람이구나, 나도 내 마음 속 이야기를 이렇게 잘 들어주던 사람이구나. 이 글을 시작으로 내 마음 속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내가 되어 다시 한 번 내 이야기를 하나하나 기록해가고 싶다.
잃어버린 일기장을 되찾은 기분,
조용한 흥분 유지혜 두번째 여행기
‘제제’라는 이름으로 남다른 패션 감각과 개성 넘치는 일상으로 수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스타그램 스타 ‘유지혜(@JEJEBABYXX)’의 두번째 여행기. 스물세 살에 떠났던 98일간의 여행을 담은 조용한 흥분 에 이어 스물넷 끝자락부터 스물다섯 여름까지의 여행을 담았다.
물론 어디를 가서, 무엇을 느끼는 식의 단순한 여행기는 아니다. 대나무 마디처럼 청춘의 지독한 성장통의 흔적, 여행 혹은 일상을 버텨낸 자존감의 결실이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나와의 연락’이라는, 당연하지만 시도하지 않았던 진정한 소통을 권하는 저자의 마음씀씀이는 어느 어른 못지않다. 저자가 직접 찍고 그린 필름 사진과 그림, 일기도 책의 개성을 더한다.
프롤로그
Berlin, Germany - 예쁜 척하지 않아서 좋은 너
Amsterdam, Netherlands - 누구에게나 아주 상냥한 방문
Barcelona, Spain -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순진한 얼굴
Gyeongju, South Korea - 둥근 무덤을 만날 때마다 뾰족함을 잃었다
Seoul, South Korea - 실은 가장 고마운 생활의 내역
Paris, France - 낭만적인 모든 것들의 숙소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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