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책은 이미 잊어버린 책이 다음에 이 책을 여는 것은내가 아닙니다._ 김수영 <서책> 중에서193쪽 1991년 민음사에서 펴낸 화엄경이전까지 고은의 문학세계는 허무주의라는말로 대신할 수 있다화엄세계에 들어서기 전고행의 여정이라고 할까? 1990년대 이전 작품을 보면 어느 것 알것 없이 소설 속에 자리 잡은 먹먹한 감정이 독자들 가슴을 짓누른다. 그중에서도 1974년에 초판을 펴낸 잘 알려지지 않은 장편소설 일식을 얼마 전에 구할 수 있어서 읽어보았다. 헌책방에 가끔 오시는 집요한 성격이 한 손님이 아니엇다면 이책을 영원히 모르고 살았을지도 모른다. 아직 중년의 나이가 되지 않았지만 말투나 행동은 이미 중후한 매력을 풍기고 잇는 좀수상한 느낌의 손님인데, 어느 날 고은 시인의 책을 찾는다며 보이는 대로 좀 수집해달라고 부탁하는 거였다. 무슨 책이든지 중복되는 것만 아니면 다 사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때ㅔ까지 고은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이라곤 시인이라는것, 한때 승려였다는 것, 그리고 노벨문학상 발표 시즌만 되면 늘그 이름이 ......195쪽출판사는 일식이 신비의 작가 고은이 무려 미국의 무당 출간 삼 년 전에 그의 냉혹한 메스로 파헤친정신분열증 환자인 15세 소녀의 성과 사랑의 비밀한 방정식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 무당이라는책은 또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미국 작가가 쓴 책일 텐데 제목은무당이라니, 그것부터가 좀 수상하다. 알고보니 무당은 윌리엄 피터 블래터의 1971년 작품인 엑소시스트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붙은 번역 제목이다, 사연을 안다는 것.그리고 멋진 작가의 작품 중 널리 알려지지 않는 작품을 나만 안다는 것. 그것은 또 하나의 재미로 충분하지요.오늘 저는 또 하나의 재미를 만났습니다.
가슴 따뜻한 추억과 설렘을 선사하는 옛 책, 헌책, 오래된 책의 매력서점에는 매일매일 새로운 책들이 수북이 쌓이지만, 더 이상 서점에서 살 수 없는 책들이 있다. 인터넷 중고서점이나 헌책방을 아무리 뒤져도 쉽게 구할 수 없는 책들, 바로 절판된 책들이다. 그중에는 세월이 흘러 이미 잊힌 지 오래지만 한 시대를 풍미하며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책들이 숱하다.이 책의 저자는 그런 책들에 뜨거운 애정과 관심을 보인다. 직접 헌책방을 운영하면서 옛 자료를 뒤지거나 검색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원하는 책을 기어이 찾아낸다. 때로는 소문을 좇아 발품을 팔고, 때로는 우연한 계기로 소중한 책과 예기치 않게 마주치기도 한다. 어딘가에 잠들어 있을 귀한 책들을 여기저기 헤집어 찾아내서는 그 책들이 품은 사연에 귀를 기울인다. 이 책은 이처럼 (헌)책과 단단히 사랑에 빠진 저자가 헌책방 한구석에 처박혀 있거나 누군가의 서가에 무심하게 내팽개쳐져 있는 오래된 옛 책들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어 세상 속으로 끄집어낸 기록이자 그 책들이 들려주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다. 그 이야기는 성배를 찾아 나선 신나는 모험담처럼 들리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우리가 잊고 있던 것을 일깨우는 날카로운 성찰로도 읽힌다. 간결하고 명쾌한 글솜씨로 풀어나간 이 책에서 저자는 수십 년 전 날짜가 박힌 오래된 책의 이미 잊힌 작가도 다시 살려낸다. 왜 그는 이토록 옛 책, 헌책에 깊은 애정을 가질까. 그것은 바로 ‘책의 진정한 가치란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 때문이다. 같은 저자, 같은 제목의 책이라도 반드시 ‘그 책’이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싱싱한 날것 느낌 그대로의 초판본이라든가,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수백 권만 찍어낸 한정본 등은 단지 읽기 위한 책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각고의 노력으로 ‘특별한 그 책’을 찾아낸 저자의 땀 속에서 우리는 책의 진정한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들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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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시인이 쓴 기괴한 소설 / 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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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쓴 해외 여행기 / 지나가는 길에
잡지 폐간의 아픔을 딛고 선 ‘신작시집’ 시리즈 / 꺼지지 않는 횃불로
대한민국의 역사를 만든 논쟁들 / 한국논쟁사
호랑이의 모든 것을 알려주마 / 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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