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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


3.4 310페이지, 20줄, 24자. 길 이야기입니다. 아니 길과 관련된 수다입니다. 자전거를 핑계로 여기저기에 머리를 들이밀고 그에 따른 즉흥적인 단상들-옛날 이야기일 수도 있고, 연상되는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고, 지금의 사람 이야기일 수도 있는-을 늘어놓은 것입니다. 자연히 이미 알고 있던 것과 아직 몰랐던 것으로 나뉘게 되고, 아는 것이야 다른 이들과의 공감을 위해 선택의 폭이 좁아집니다. 모르는 것은 주관적인 견해이고요. 하나로 모으면, 노담. 자주 접하지 못했던 형식인데, 우리 나라의 글에서 말이지요. 그러니 나무나 숲 이야기, 풀 이야기, 정치 이야기, 그리고 사람 이야기가 두서없이 나왔다가 들어갑니다. 화려한 문체를 자랑하는 사람에겐 제격입니다. 제일 앞의 서문에 작가는 자전거를 새로 장만했으니 그 돈을 댈 것을 독자에게 요구합니다. 신문에서나 봤던 그 천만 원 대의 자전거인가 봅니다. [생각의 나무] 출판사는 제본이 좀 부실한 것 같습니다. 몇 권 접한 것이 다 그렇네요. 이 책도 겉장은 딱딱하고 두꺼운 것이며, 언뜻 보기에 제본도 양장처럼 보입니다. 자세히 보면 본드로 바른 것이고 그 위에 천조각을 붙여둔 것이지만. 이 본문과 껍질을 잇는 부분은 거즈 같은 천조각이 지탱해 줍니다. 문제는 이게 짧다는 것이지요. 껍질과의 연결을 맡은 속지는 두 개로 따로 노는 것, 즉 껍질과 본문덩어리의 힘에 의해 찢어지게 됩니다. 일단 조금이라도 찢어지면 안쪽에 튼튼한 거즈가 있어도 소용이 없지요. 전체여야 힘을 내는 것이지 부분이라면 안됩니다. 위아래로 3센티미터 정도씩 (거즈가 없는) 빈 공간이 있는네 이를 0.5나 1 센티미터 이하로 줄여야 할 것입니다. 130119-130119/130119
자전거가 저 앞에 한 대 있다. 바퀴에 굴러온 길의 온기가 아직 남아 있는. 떠나온 곳과 앞으로 발들이게 될 곳의 중간에서 그 자전거의 주인이 그 지나온 길들에 대한 이야기를 숨이라도 돌릴 듯 들려준다. 소음과 완벽하게 차단된 오직 바람을 가르는 숨소리를 동무 삼아 달리는 자전거 타기. 여행은 굳이 공간적 거리의 이동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저자의 처연하고 시구같은 문장들이 자전거 바퀴살에 걸려든 햇살처럼 반짝인다. 그래서 아름다운 여행과 아름다운 각성과 아름다운 글이 어우러져 저 앞에 서 있는 자전거 폐달에 발을 딛고 싶게 만드는 것일 게다.

꽃피는 해안선
흙의 노래를 들어라
지옥 속의 낙원
망월동의 봄
만경강에서
도요새에 바친다
가까운 숲이 신성하다
다시 숲에 대하여
찻잔 속의 낙원
숲은 죽지 않는다
땅에 묻히는 일에 대하여
그리운 것들 쪽으로
그곳에 가면 퇴계의 마음빛이 있다
무기의 땅, 악기의 바다
복된 마을의 매맞는 소
고해 속의 무한강산
태양보다 밝은 노동의 등불
원형의 섬
충무공, 그 한없는 단순성과 순결한 칼에 대하여
길들의 표정
산간마을 사람들
문경새재는 몇 굽이냐
가마 속의 고요한 불
가을빛 속으로의 출발
마지막 가을빛을 위한 르포
노령산맥 속의 IMF
시간과 강물
꽃피는 아이들
한강, 흐르지 않는 세월
강물이 살려낸 밤섬
조강에 이르러 한강은 자유가 된다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