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노무현이란 인간을 좋아했다. 연설을 기막히게 잘했고, 무엇보다 유머를 아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렇지만 노무현이란 대통령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다른 것도 많았지만 이라크에 파병한 것과 한미 FTA를 추진한 것은 실망을 넘어 경악할 만한 일이었다. 누구 말마따나 왼쪽 깜빡이 켜고 우회전한 꼴이었으니까.
2009년 갑작스러운 서거는 날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호불호가 엇갈리고 정리가 다 되지 않았는데 그렇게 가 버리니 참 황망했다. 지켜 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생각과 지켜 줄 만한 게 있었나 하는 생각이 엇갈렸다. 뒤끝 장렬인 이명박이 더 나쁜 놈인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노무현이 받았다는 600억 원은 어쩌란 말인가.
이 복잡한 사정을 정리해 준 책이 바로 <한국 현대사 산책 2000년대 편>이다. 정치인 노무현과 대통령 노무현의 성공과 좌절, 몰락과 부활을 가감 없이 여실히 보여 준다. 특히 퇴임 후 부정부패 비리 정치인으로까지 몰린 노무현이 민주주의의 현신으로 부활하는 과정은 꼭 드라마 같았는데, 그 과정이 제5권에 잘 정리되어 있다. 아무튼 난 <한국 현대사 산책> 시리즈로 노무현에 남은 정을 다 뗀 듯하다. 노빠들이 이 책을 읽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할 따름이다.
2000년대 우리 사회의 솔직한 자화상
한국 현대사 산책 2000년대 편은 노무현 시대의 명암을 좌와 우, 진보와 보수라는 경계를 가로질러 냉정하게 평가한다. 정치 분야를 보면, 2002년 폐허에서 핀 꽃인 노무현 당선, 100년 정당을 외치다 3년 9개월 만에 사라진 열린우리당, 2008년 촛불집회, 2009년 노무현과 측근의 비리 의혹과 서거에 이른 부활 등을 자세하게 추적한다. 여기에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연예인 성 접대 파문, 성형수술 붐, 영어 권력, 휴대전화와 미드 열풍 등 미시사적인 이야기뿐만 아니라, 88만 원 세대의 등장, 부동산 투기 광풍 등 서민이 더 살기 힘들어진 시대상도 다뤘다.
5권의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으며, 마지막 5권에서는 2008년: 이명박 시대의 개막 , 2009년: 노무현의 몰락과 부활 을 주제로 당시의 시대상황을 조명한다.
제9장 2008년: 이명박 시대의 개막
영어 잘하면 군대 안 간다 오렌지와 아린지 파동
잘릴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나훈아 기자회견 파동
숭례문 화재 생방송 충격 국보 1호 숭례문 화재 사건
고소영ㆍ강부자가 대한민국을 접수했다 이명박의 대통령 취임
대중은 욕망에 투항했나 4*9 총선과 뉴타운 논쟁
우리는 공부하는 기계가 아니다 학교 자율화 논란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촛불시위의 점화
6*10 100만 촛불대행진 촛불의 폭발과 몰락
베이징의‘인간 승리’를 보며 국민은 행복했다 베이징올림픽의 정치학
노건평은 ‘시골의 별 볼 일 없는 사람’이었나? 노무현 형의 비리 사건
인터넷 경제 대통령의 출현 미네르바 신드롬
우리 국회는 세계 최악인가? ‘MB악법’ 저지 투쟁
한국에선 영어가 ‘종교’나 다름없죠 ‘영어 망국론’ 논쟁
제10장 2009년: 노무현의 몰락과 부활
재개발의 사각 동맹 용산 철거민 참사
국회의원에게 월급주지 말자 김수환 추기경 신드롬
한국은 ‘룸살롱 공화국’인가? 연예계 성 상납 사건
‘반칙*특권 없는 세상’이 이런 거였나? 박연차 게이트
노무현은 MB와 강부자의 프락치 굿바이 노무현
노무현은 진보가 보수에게 주는 선물 노무현의 검찰 소환
‘소용돌이 영웅’의 탄생 노무현 서거
민주당의 기회주의인가? 노무현 정신 계승을 외친 민주당
조문 정국은 오래가는 숯불인가? 한국은 ‘휩쓸리는 사회’
족벌 신문 특혜법인가, 미디어 선진화인가? 미디어법 논란
민주당은 ‘DJ 틀’에 갇혔나? 김대중 서거와 이명박 상승세
정운찬의 재발견 세종시 백지화 논란
노무현 정신으로 돌아가자 친노 국민참여당의 창당
맺는말: ‘밥그릇 싸움’과 ‘승자 독식주의’를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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