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각각 정의와 제도를 둘러싼 대표적인 논쟁을 소개한다. 정의와 제도 모두 인간과 사회, 개인과 집단, 시민사회와 국가, 자연과 문명의 관계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핵심논제이다. 먼저 롤스와 노직의 정의론논쟁은 평등과 자유, 분배와 소유권, 복지국가와 최소국가 등에 대한 대표적인 논의를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 롤스의 논쟁대상으로 노직이 아니라 왈저였으면 더욱 재밌고 알찬 논의가 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책은 정의와 연관된 세가지 물음을 던지고 있다.
●분배적 정의인가, 소유권적 정의인가?●천부적 재능은 공유자산인가? ●사회적 약자를 우대하는 차등의 원리는 정의로운가?
두번째 논쟁은 겔렌과 아도르노의 제도논쟁이다. 여러 정치철학논쟁 중에서 이들의 논쟁은 쌍방의 입장이 양극으로 분명히 갈리는 명쾌한 극점을 가진 비교적 손쉬운 사례라고 본다. 여기서 제도는 인간을 보호한다는 기능론적 입장과 제도는 인간을 억압한다는 갈등론적 입장으로 나뉜다. 겔렌과 아도르노가 일으킨 논쟁은 사회계약론자와 비판학파간의 논쟁이라고도 볼 수 있다. 사회계약론자들이 제도를 사회구성원의 합의에 의해 합리적으로 구성된 것으로 보았다면, 프랑크푸르트학파 같은 비판진영의 학자들은 제도를 지배계급이 대다수 사회구성원을 지배하기 위해 고안해 낸 지배도구이자 이데올로기의 담지체로 규정한다.
이 책은 사회제도와 연관된 두가지 물음을 던지고 있다.
●제도는 인간을 보호하는가, 억압하는가?●인간은 제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본론으로 들어가자.
1.정의론 논쟁
정의사회구현이란 표어를 우린 평소에 심심치 않게 들어왔는데 정작 어떻게 정의사회를 구현하고, 어떤 사회가 정의사회인지는 그렇게 고심해본 적은 없을 것 같다. 정치철학에서 정의를 논할 때, 빠뜨릴 수 없는 논객과 그들의 주저가 있다. 바로 롤스(John Rawls,1921~2002)의 《정의론》(1971,1991)과 노직(Robert Nozick,1938~2002)의 《아나키, 국가, 유토피아》(1974) 그리고 왈저(Michael Walzer,1935~)의 《정의와 다원적 평등》(1983)이다.
롤스의 정의론은 「정치적 자유주의」란 사회철학사조에 속하며 자유경제사회에 복지주의를 접합시키려는 시도를 담고 있다. 그는 자유주의와 평등주의의 장점을 결합하여 「자유주의적 평등」의 이념을 옹호하고, 사회제도적 절차와 사회구성원들의 합의 역할을 강조하며 분배적 정의를 강조한다. 권력과 부의 불평등은 사회적 정의의 핵심영역인데, 개인의 천부적 재능의 차이란 논리가 그런 불평등을 오래도록 합리화했다. 타고난 재능의 사람이 더 많이 가져가는 것이 공정할 경우는 사회적 약자 이익의 극대화가 전제조건인 경우에서만이다. 롤스는 천부적 재능에 있어, 공유자산이란 측면에서 접근 해결하려고 하며, 그러면서 자연적 자유체제와 자유주의적 해석입장을 모두 비판한다.
「사상체계의 제1덕목을 진리라고 한다면 정의는 사회제도의 제1덕목」이라고 주장하는 롤스의 정의론은 두 가지 기본원리가 있다. 제1원리는 최대로 평등한 자유의 원리이다. 내용은 모든 사람은 기본적 자유를 평등하게 나눠 가져야 한다는 사항이다. 제2원리는 공정한 기회균등의 원리와 차등의 원리로 구성된다. 공정한 기회균등의 원리란 유사한 능력과 기능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들이 태어난 사회적 지위와 무관하게 유사한 삶의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차등의 원리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를 전제로 하는데, 사회의 최소 수혜자들에게 최대의 이익을 가져다주는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은 허용한다는 논지이다.
노직은 영국의 고전적 자유주의와 현대 미국의 자유지상주의적 관점에 기초하여, 자유주의, 개인주의, 개방주의를 유토피아적인 이념으로 주장하고, 자유에 대한 개인의 권리를 절대적인 권리로 인정한다. 개인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해 최소국가론을 펼치고, 정의의 원칙은 개인의 소유권에 기초하여 이루어지는 교환의 공정성에 달려있으며 이런 공정한 교환을 보장하는 것이 시장이라고 말한다. 천부적 재능에 대해서도 개인의 배타적인 소유권리란 측면에서 접근한다.
왈저는 모든 배분영역에 통용되는 단일한 배분기준이 없으며 단지 상대적 자율성만을 찾을 수 있다는 논리를 전개하고, 진정한 평등은 다양한 배분기준을 요구하는 「다원적 평등」에 있다고 주장한다. 왈저는 이런 다원적 정의론에 기반하여 롤스의 자유주의적 평등론을 일원적 정의론으로 평가한다. 천부적 재능문제에 있어서, 개인의 타고난 재능을 개인의 권리로 인정하지만, 타고난 재능이 다른 가치까지 소유하는 지배적 가치가 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말한다. 참고로 왈저는 시민 사회와 국가 사이의 균형을 강조하는데, 「시민 사회 단체들은 국가의 고유 권한에 속하지 않는 영역에 침입하지 못하도록 국가를 견제하고, 국가는 시민 사회가 창출하는 자원과 기회의 분배를 감시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2. 제도 논쟁
제도논쟁에 참여하는 인사와 그들의 주저는 다음과 같다. 겔렌(Arnold Gehlen,1904~1976)의 《인간학적 탐구》와 아도르노(Theodor Wiesengrund Adorno, 1903~1969)의 《계몽의 변증법》(호르크하이머와의 공저)과 《부정변증법》이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제도」가 무엇인지 일반적인 정의를 들어보자. 제도란 「사회의 성원 사이에서 여러 가지 생활영역을 중심으로 한 규범이나 가치체계에 바탕을 두고 형성되는 복합적인 사회 규범의 체계」를 말한다. 간단히 말해서 규범의 복합체이다.
겔렌은 사법, 의료, 교육, 가족 같은 제도가 불안정한 인간이 생존하기 위한 문화적 둥지의 토대로, 인간이 본래적으로 가지고 있는 불안정성 때문에 자발적으로 선택한 자율적인 형식으로 간주한다. 겔렌 자신의 말로 그가 말하는 제도의 의미를 살펴보자. 아쉽게도 《인간학적 탐구》의 아래 중요한 대목이 이 책 「원문읽기」에선 누락되어 있다.
「제도는 인간의 생식과 보호, 생계유지와 같은 중요한 문제를 다루는 형식이다. 그것은 인간 상호간에 규칙적이고 지속적인 협력을 요구하며, 다른 한편 안정된 권력이 된다. 제도는 본래 불안정한 존재인 인간들이 서로 견뎌내고 믿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찾아낸 형식이다. 제도 안에서 삶의 목적이 공동으로 추구되고 우리가 무엇을 하고, 하지 말아야 되는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으며 내적 삶의 안정을 획득한다. 그리하여 제도는 우리가 항상 격렬하게 대립해야 하는 부담과 기본적인 문제에 대하여 결정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
겔렌은 제도의 「부담면제기능」을 강조한다. 제도가 매 순간 개인이 선택을 해야하는 부담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기능을 한다는 말이다. 겔렌은 「인간의 약점을 보완해주고, 삶에서 얻게 되는 여러 가지 고통과 부담을 경감시키며, 인간의 삶을 확대해주는」 제도의 긍정적인 측면을 집중조명한다. 제도는 유지와 보완의 대상이지 변혁과 일탈의 대상이어서는 안된다고 강변한다.
아도르노는 전체적으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야만과 문명, 신화와 계몽의 이분법을 분쇄」하려는 일련의 작업에서 그의 비판적인 제도론을 정위시킨다. 제도는 본질적으로 억압과 강제란 타율성에 기초하고 있으며 사회적 통제의 가장 유효한 장치이다. 유식하게 말하면, 제도는 「비합리적 합리성의 근원적 현상」이며 「관리되는 사회」의 통제기구이다. 개인이 제도에 대해 무저항상태에 이를 때 사회는 그를 신뢰할 만한 사회구성원을 인정한다. 개인의 반항을 질식시킨 다음 백기를 든 개인들에게 항구적인 자비를 베푸는 통합의 기적은 바로 파시즘의 논리와 다를 바 없다. 아도르노의 논지와 유사한 가족구성원으로 루소와 엥겔스, 푸코를 들 수 있다.
21세기 사회, 정치, 경제, 과학, 문화를 결정지은 세기적 맞짱 논쟁의 향연!
비판적 사고, 논리적 사고, 창의적 사고의 발전을 위해 기획 · 집필된 히스토리아 대논쟁 시리즈의 두 번째 권. 21세기 한국에 살고 있는 가상의 사회자 ‘박쌤’이 인류 역사상 중요한 사상가들을 둘 또는 셋씩 초대하여, 대립하는 철학적 주제에 대해 가상 논쟁을 벌이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각권마다 서로 연관 있는 두 가지 논쟁이 담겨 있으며, 각각의 논쟁마다 2~3가지의 주요 논쟁점을 다루고 있다.
정의에 대한 논쟁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논쟁인 롤스와 노직의 정의론 논쟁은 자유와 평등, 소유권과 분배, 복지국가와 최소국가 등에 대한 치열한 논의를 담고 있다. 또한, 인간의 거의 모든 삶의 영역에 깊숙이 파고 들어와 있는 제도에 대한 기능론적 입장과 갈등론적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한다. 겔렌과 아도르노의 제도 논쟁은 제도의 본질적인 성격을 진지하게 탐구하고 현실의 대안을 모색한다.
1부 롤스 vs. 노직 정의론 논쟁
분배적 정의인가, 소유권적 정의인가?
천부적 재능은 공유 자산인가?
사회적 약자를 우대하는 차등의 원칙은 정의로운가?
*원문 읽기 : 정의론 (롤스), 아나키, 국가, 유토피아 (노직)
2부 겔렌 vs. 아도르노 제도 논쟁
제도는 인간을 보호하는가, 억압하는가?
인간은 제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원문 읽기 : 인간학적 탐구 (겔렌), 계몽의 변증법 부정변증법 (아도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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